• 군산 19.9℃맑음
  • 전주 20.4℃맑음
  • 고창 20.8℃맑음
  • 부안 20.0℃맑음
  • 임실 23.7℃맑음
  • 정읍 18.9℃맑음
  • 남원 21.8℃맑음
  • 장수 22.0℃맑음
  • 고창군 20.0℃맑음
  • 순창군 23.1℃맑음
기상청 제공

2026.04.13 (월)

[기고]풀뿌리 민주주의의 역행

[완주독립신문]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묵은 현안을 해결하고 주민의 팍팍한 삶을 보듬어줄 '진짜 일꾼'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 신성한 축제다. 그렇기에 지역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이는 누구보다 그 지역의 골목골목을 잘 알고,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땀 흘려온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완주군 가선거구(이서·삼례)에 단행한 특정 후보 전략공천 소식은 이러한 상식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지역 사회의 여론과 당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 채, 중앙당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내려꽂힌 전형적인 '낙하산 공천'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민주당의 가치를 믿고 헌신해 온 권리당원이자 완주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결정에 대해 뼈아픈 실망과 함께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완주군 가선거구인 이서와 삼례는 완주군 전체의 발전 동력을 견인하는 매우 중요한 심장부다. 이서면은 전북 혁신도시의 중심으로서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유입된 젊은 세대의 정주 여건 개선, 구도심과의 상생 발전이라는 복잡하고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삼례읍 역시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도농복합도시이자 대학도시로서, 청년 인구 유출 방지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절체절명의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이처럼 복잡다단한 지역의 특성과 현안을 하루아침에 위에서 내려온 인물이 과연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지역 발전은 벼락치기 공부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 없는 후보가 단지 당의 간판만 달고 나온다고 해서 지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완주군민의 수준을 심각하게 폄하하는 오만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략공천은 더불어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해 온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다. 민주당의 힘은 언제나 당원과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나왔다. 지역에서 묵묵히 밭을 갈아온 출마 예정자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유권자들에게는 후보를 검증하고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 것은 민주당의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합당한 명분도, 주민들의 동의도 없는 전략공천은 결국 당내 민주주의의 퇴행일 뿐이다.

 

선거 공학적 측면에서도 이번 결정은 치명적인 패착이 될 수밖에 없다. 완주군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지지가 깊은 곳이지만,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바보는 아니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과거의 향수나 오만함에 취해 민심을 거스른다면, 돌아오는 것은 유권자의 싸늘한 외면과 준엄한 심판뿐이다.

 

실제로 벌써부터 지역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게 끓어오르고 있다. 억지스러운 낙하산 공천은 오랜 시간 당을 지켜온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분열과 이탈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결국 본선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타 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될 것임을 중앙당과 전북도당은 직시해야 한다. 지역 민심을 잃고서 어찌 총선과 대선이라는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음을 깨달았을 때 용기를 내어 방향을 돌리는 것이 진정한 정치력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과 전북도당에 간곡히, 그리고 강력히 촉구한다.

 

지역 유권자를 우롱하는 완주군 가선거구의 명분 없는 전략공천을 즉각 철회하라. 그리고 잃어버린 당원과 군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후보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당장 실시하라.

 

진정한 권력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모이는 민심에서 비롯된다. 완주군민은 우리의 삶을 책임질 진짜 일꾼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선택할 권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정당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하기를, 완주군민의 준엄한 목소리에 응답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위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